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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경북 경주 아연가공업체 정화조 질식 사고… 또다시 반복된 ‘밀폐공간의 비극’

79madam 2025. 10. 2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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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식

1. 경북 경주 아연가공업체 정화조 질식 사고 개요

2025년 10월 25일 오전, 경북 경주시 안강읍의 한 아연가공업체에서 정화조 청소 작업 중 끔찍한 질식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 4명이 정화조 내부에서 작업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고, 그중 2명은 끝내 사망, 2명은 의식불명 상태(중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번 사고는 단순한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구조적 안전관리 부실의 결과로 지적되고 있다.
경주 사고 현장은 밀폐된 공간으로, 통풍이 제한된 채 정화조 내부에 유해가스가 축적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2. 사고의 원인 — 밀폐공간의 위험성과 산소 결핍

경북 경주 아연가공업체 정화조 질식 사고의 핵심 원인은 밀폐공간 내 산소 결핍유해가스 흡입이었다.
특히 정화조 내부에는 황화수소(H₂S), 메탄가스(CH₄) 등이 다량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이들 가스는 색과 냄새가 거의 없어, 인지하기 어렵다.

아연가공 과정에서 배출되는 폐수나 오염물질이 정화조로 유입되며, 가스 농도가 급격히 높아지면 몇 초 만에 호흡곤란이 일어나고
순식간에 의식을 잃게 되는 치명적 상황이 벌어진다.

이러한 밀폐공간 작업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반드시 산소 농도 측정, 송풍기 설치, 보호장비 착용이 의무화되어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이를 형식적으로만 이행하거나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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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반복되는 정화조 질식 사고, 왜 막지 못했나

경북 경주 사고는 여수, 울산, 목포 등 전국 곳곳에서 발생해온
정화조 질식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
매년 10건 이상 유사한 질식 사고가 보고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은 밀폐공간 안전 교육 미이수, 산소농도 미측정, 보호장비 미착용으로 인한 인재(人災)로 분류된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단순한 현장 실수나 개인 책임이 아니라, “안전 불감증이 조직 전체에 만연한 구조적 문제”에 있다.
관리감독자조차 정화조 내부가 얼마나 위험한 공간인지 인식하지 못하거나,
생산성 저하를 우려해 안전 절차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4. 현행 산업안전관리의 문제점

이번 경북 경주 아연가공업체 정화조 질식 사고는

우리 산업현장의 안전 시스템이 여전히 ‘사고 후 대응 중심’에 머물러 있음을 드러냈다.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중소규모 제조업체의 안전관리 실태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의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질식 사고의 75%가 중소기업에서 발생했고,
그중 절반은 안전교육 미이수 또는 작업 절차서 미준수로 인한 사고였다.
이는 현장 안전관리가 여전히 ‘서류용’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정화조 및 밀폐공간 작업은 전문 인력의 동반이 필수지만, 하청업체나 일용직 근로자에게 그대로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
“빨리 끝내자”는 압박 속에서, 가스 측정이나 송풍기 가동 같은 필수 절차가 생략되는 것이 현실이다.


5.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 대책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대책 발표’가 아니라 현장 중심의 실질적 안전 문화 정착이다.
첫째, 밀폐공간 작업 전 사전 점검 의무화 강화가 필요하다.
산소 농도와 유해가스 농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센서를 의무 설치하고, 기록이 자동으로 저장·보고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안전관리자와 작업자에 대한 현장 중심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
형식적인 PPT 교육이 아니라, 실제 정화조 내부 진입 시 위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공간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몸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위험작업 이중점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현장 책임자 1인뿐 아니라, 외부 안전감시인이 독립적으로 작업 허가서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넷째, 하청·용역 구조 개선도 빠질 수 없다.
원청이 직접 안전 책임을 지는 체계로 전환하지 않으면, “위험의 외주화”는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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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경주 아연가공업체 사고가 남긴 교훈

이번 경북 경주 아연가공업체 정화조 질식 사고는 단순한 현장 사고가 아닌, 반복되는 산업재해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매번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면서도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만을 따지는 사이,
현장은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진정한 변화는 “사람의 생명을 비용으로 환산하지 않는 문화”에서 시작된다.
산업안전은 단지 규정 준수의 문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생명과 가족의 삶을 지키는 사회적 약속이다.

경주 사고는 우리에게 묻고 있다.
“이제는 정말, 변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더 이상 이런 비극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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