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증후군을 주제로 한 치유 그림일기의 심리 효과

말로 설명되지 않는 슬픔, 그림으로 회복하는 감정의 통로

누구도 감정의 언어를 모두 말로 설명할 수는 없다. 특히 사랑하는 존재와의 이별이라는 감정은, 언어로 정의하거나 전달하기에

너무나도 복합적이고 깊다. 그중에서도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이들이 겪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은 단순한 슬픔

이상의 정서적 충격을 수반한다. 이 증후군은 보호자의 일상뿐만 아니라, 정체성, 대인관계, 감정 표현 방식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끼치는 복합 심리 반응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이 슬픔을 온전히 표현하거나 나눌 수 있는 문화가 부족하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말할 수 없는 감정 속에서 혼자 아파하고, 스스로 회복하지 못한 채 고립된 감정의 미로에 빠지게 된다.

이럴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심리 치료적 접근 중 하나가 바로 ‘치유 그림일기’이다. 특히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보호자들에게 그림일기는 언어가 닿지 못하는 감정의 영역을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는 회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미술치료 심리의 관점에서 펫로스 증후군을 주제로 한 치유 그림일기의 심리 효과를 분석하고,

그 실질적인 치유 메커니즘과 활용 방법을 단계별로 살펴본다.

 

 

펫로스 증후군과 그림일기: 감정을 왜 화하는 첫 번째 작업

펫로스 증후군은 보호자들이 겪는 정서적 충격, 애도 반응, 트라우마 성 불안을 포함하는 심리 현상이다.
이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반응은 감정의 억제 또는 과잉 회상(rumination)이다. 이런 감정 상태에서는 뇌가 자극에 과민 반응하며, 회복 탄력성이 급격히 저하된다.

그림일기, 억눌린 감정의 ‘비언어적 표현 통로’

미술치료에서는 이러한 억눌린 감정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비언어적 표현’을 통한 감정 외화 작업을 강조한다.
특히 그림일기는 글쓰기보다 낮은 진입장벽과 자유로운 표현 형태 덕분에,
정서적 거리 조절이 어려운 이별 상황에서도 자기감정의 흐름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펫로스 초기 단계에서는

• 단순히 반려동물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 말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그리움, 죄책감, 후회, 사랑 등의 감정이 표출된다.

감정의 언어화 이전에 필요한 ‘감정의 시각화’

미술치료 심리학에서는 "감정은 먼저 이미지로 구성되고, 그다음에 언어로 전환된다"는 이론이 존재한다.
즉, 감정을 다루기 위해선 시각적 상징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에게 그림일기는

• 감정을 시각적으로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심리적 완충지대’가 되며,
• 표현된 이미지에 감정을 투사함으로써 자기감정과 거리를 둘 수 있는 심리적 틀을 제공한다.

 

펫로스 증후군 회복 과정에서 그림일기가 갖는 심리 치료 효과

펫로스 증후군의 치유는 단계별로 이뤄진다. 그림일기는 단계마다 고유의 심리 치료 기능을 수행한다.

1. 충격과 부정의 단계
2. 슬픔과 분노의 단계
3. 수용과 의미 재구성 단계

① 초기 단계 : 감정 폭발을 안전하게 분산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의 이별 직후, 극단적인 정서 격동을 겪는다. 그림일기는 이때 감정을 일시적으로 덜어내는 ‘감정 분산이’ 역할을 한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감정 인지-표현-통합 모델의 1단계로, ‘이 감정이 무엇인지도 모르겠는’ 상태에서, 감정을

먼저 표현함으로써 감정인지로 가는 첫 다리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다.

 

예시:

• 검은 배경 위에 흐릿한 실루엣으로 반려동물 그리기
• "함께했던 순간은 어디로 갔을까?"와 같은 문장 삽입
• 감정을 상징하는 색 사용: 슬픔(푸른색), 공허함(회색), 분노(빨간색) 등

② 중기 단계: 기억을 재정렬하며 정서의 방향 찾기

그림일기를 반복하면서 보호자는 기억을 이야기로 재구성하게 된다. 이 과정은 심리학에서 '내러티브 통합’이라 불리며,
감정에 질서를 부여해 정서적 통제감을 회복하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 슬픔은 ‘무작위로 떠오르는 감정’에서
• 의미 있는 ‘나의 이야기’로 변환되며
• 이는 자기 이해와 감정 회복의 기반이 된다.

예시:

• 반려동물과의 추억 장면을 4컷 만화처럼 그림
• ‘지금은 곁에 없지만, 너는 내 마음 안에 있어’ 등의 메시지 추가
• 반려동물에게 편지를 쓰고 그림으로 표현하기

③ 회복기: 감사와 수용의 감정 확장

펫로스 증후군에서 완전히 회복되는 시점은 반려동물의 부재를 고통으로만 인식하지 않고, 감사와 사랑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이다. 그림일기는 이 시점에 다음과 같은 기능을 한다:

• 감정의 재해석
• 상실의 의미 확장
• 새로운 정서적 연결을 위한 준비

실제로 미술치료 연구에서는, 그림일기를 꾸준히 진행한 대상자들이 감정 회복 속도가 더 빠르고, 우울감 지속 기간이 짧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펫로스 증후군 치유 그림일기의 활용법과 실천 가이드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에게 그림일기를 권장할 때, 단순한 ‘그림 그리기’가 아니라 심리 회복 프로세스를 동반한 접근법이

중요하다.

① ‘치유 그림일기’ 실천 루틴 만들기

• 하루 10~20분 꾸준히 기록
• 정해진 시간에, 같은 장소에서
• 주제 없이 자유롭게 혹은 질문 중심으로

추천 주제: “오늘 가장 그리웠던 순간은?”, “그 아이가 내게 해준 것 한 가지”,  “지금 내 마음의 색깔은 어떤가요?”

 ② 미술치료 전문가의 피드백 병행 시 효과 상승

• 지역 상담센터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미술치료사 자격 소지자와 함께 진행하면
• 그림 속 상징, 색감, 구도 등을 기반으로 심층 감정 해석 가능
• 상담자가 ‘그림일기의 내러티브 흐름’을 분석해 감정의 변화 추적 가능

- 실제로 미술치료에서 자주 사용되는 기법인 ‘감정 컬러 일기’, ‘내면 아이와의 대화 그리기’ 등도 펫로스 대상자에게 적용 가능

③ 온라인 커뮤니티와 병행한 ‘공감 기반 회복’

• SNS 또는 오픈 채팅 기반 펫로스 커뮤니티에서
• 그림일기를 공유하고 서로 감상을 나누는 방식
• 나만 아픈 것이 아니다라는 감정 공유는 회복 탄력성 향상에 매우 효과적

 

펫로스 증후군 회복, 그림으로 감정을 살려내는 치유의 여정

펫로스 증후군은 단순히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사라진 상실감과 정서적 고립에서 비롯된 깊은

심리적 반응이다. 이때 그림일기는 감정을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때, 마음을 다시 꺼내어보게 할 수 있는 치유적 도구다.

그림은 말보다 솔직하다. 특히 반려동물과의 이별처럼 미세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다룰 때, 언어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안아줄 수 있다. 펫로스 증후군은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림 한 장, 펜 한 자루, 그리고

감정을 담을 작은 노트 한 권이 그 복잡한 회복의 여정에 가장 따뜻한 출발점이 되어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