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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증후군이란? 단순한 슬픔을 넘는 감정의 깊이

79madam 2025. 8. 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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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땅바닥에 엎드려있음

반려동물과의 이별, 사랑의 끝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고통

사람은 누구나 이별을 경험한다. 그 이별이 가족이든 친구든, 때로는 연인이든, 그 안에는 공통으로 ‘잃어버린 시간’과

‘말하지 못한 감정’이 뒤섞여 있다. 그리고 우리는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우며 성장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아직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공감받지 못하는 이별의 고통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이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을 잃은 이후 겪는 심리적·신체적 반응을 말한다. 여기엔 우울, 무기력, 수면 장애, 사회적 고립,

죄책감까지 동반된다. 많은 사람이 이를 단순히 “동물 하나 없어졌다고 그 정도로 아프냐?”는 시선으로 보지만,
실제로 이 고통은 임상적으로도 ‘사별 반응’과 유사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이 글에서는 펫로스 증후군이 왜 단순한 슬픔이

아닌지, 어떤 사람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는지, 그리고 왜 지금 우리 사회가 이 감정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짚어본다.

반려인이든 아니든, 타인의 고통에 ‘너무 예민한 감정’이라는 이름을 붙이기 전에 이 슬픔의 구조를 이해해 보는 일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성찰일지도 모른다.

 

펫로스 증후군의 정의와 심리학적 구조: 관계의 밀도가 만든 고통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과의 이별 이후 나타나는 심리적·신체적 반응의 집합이다.
하지만 그 기저에는 단순한 슬픔 이상의 심리적 연결 단절이 존재한다.

▪ 단순한 사별이 아니라 ‘정서적 정체성 상실’

반려동물은 보호자에게 있어 존재를 전적으로 위탁받은 대상이다. 보호자는 동물의 삶에 책임을 지고, 일상에서 돌봄과 애정을 주고받는다.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관계는 단순한 애정이 아니라 정체성 일부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러므로 반려동물의 죽음은 단순히 대상의 상실이 아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흔드는 정체성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반응은 심리학적으로 애착 손상(attachment loss)이라 부른다. 이 애착 손상은 트라우마에 가까운 신체 반응을 유발하며,
호르몬 분비 이상, 자율신경계 불균형, 심박 변화, 식욕 변화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 ‘비공식적 상실’의 고통의 인정받지 못하는 애도

펫로스 증후군은 일반적인 사별과 달리, 사회적으로 충분히 공감받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 깊은 고통을 만든다.

  • 장례식이 없고
  • 위로의 말도 없고
  • 누군가는 “새로 키우면 되잖아”라고 말한다

이처럼 공식적으로 애도할 수 없는 상실은 “내 감정이 지나친 것이 아닐까?”라는 자기검열로 이어지며,
더 깊은 내면 고립을 낳는다. 이는 심리학에서 “비인가 애도(Disenfranchised grief)”라고 부르며,
정서적 회복이 더딘 대표적 원인 중 하나다.

 

 

감정 깊이에 따른 펫로스 증후군 고위험군에 대한 이해

모든 보호자가 동일한 방식으로 아프진 않다.
심리학적으로 펫로스 증후군의 정도는 애착 형성 방식, 사회적 지지 체계, 일상 루틴의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진다.

① 1인 가구 및 정서 의존도가 높은 보호자

특히 1인 가구, 노년층, 정신적 지지 체계가 부족한 보호자들은 반려동물이 일상의 유일한 소통 대상이자 정서적

동반자인 경우가 많다. 이들의 경우,

  • 대화를 나누던 존재가 사라지고
  • 일상을 함께하던 루틴이 붕괴하
  • “살 이유가 사라졌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는 우울증, 자살 충동, 사회적 고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② 어린이와 청소년 보호자

반려동물이 첫 애착 대상이 되는 아동에게 이별은 인생 첫 ‘죽음’과 ‘영원한 상실’을 체험하는 사건이다.
이를 충분히 소화하지 못하면,

  • 분리불안
  • 수면 장애
  • 감정 표현 문제
  • 대인관계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렇듯 펫로스 증후군은 단지 '눈물로 끝나는 슬픔'이 아니라, 정서 발달에 지속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임을 인지해야 한다.

 

 

펫로스 증후군 - 사회는 왜 이 감정을 가볍게 여겨왔을까?

펫로스 증후군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진지하게 다뤄지지 않는다. “사람도 아니고 동물인데 뭐 그렇게까지…”라는 말은
무의식적으로 슬픔의 우열을 매기고 ‘감정에도 자격이 있다’는 위험한 인식을 강화한다.

 감정에 위계를 두는 문화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감정을 이성 아래 두는 문화 속에 존재해 왔다.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는 말은 미덕처럼 여겨졌고,
그중에서도 비공식적인 상실, 즉 반려동물, 이혼, 태아 사산 등은 ‘조용히 감당해야 할 것’으로 치부되기 쉬웠다.

하지만 감정은 ‘지워진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표현되어야 흐를 수 있는 것’이다. 슬픔의 대상에 우열을 두는 문화는
결국 누군가의 고통을 침묵하게 만들며, 그 감정을 더욱 응축되게 만든다.

공적 위로 시스템의 부재

현재 한국에는 반려동물 사별과 관련한 공적 애도 공간, 심리상담, 휴가 제도 등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반려인의 슬픔이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는 사회적 구조를 반영한다. 하지만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이미

  • 펫로스 전문 상담사
  • 반려동물 장례 예식
  • 온라인 추모 공간 등이 제도화되어 있으며, 슬픔을 공적으로 수용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리도 이제 슬픔을 나눌 권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펫로스 증후군은 ‘과한 감정’이 아니라, 깊은 사랑의 결과다

펫로스 증후군은 단지 “동물 하나를 잃은 감정”이 아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있어

  • 정체성의 일부였고
  • 하루의 위로였으며
  • 존재 자체로 사랑받았던 대상과의 이별이었다.

우리는 이제 감정을 위계화하지 말아야 한다. 슬픔에 자격을 매기지 말아야 하며, 공감의 시작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인정에서

시작된다. 반려인이든 아니든, 누구나 누군가를 떠나보내며 슬퍼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은 충분히 말해도 되는 것이며,

사회는 그 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펫로스 증후군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건 단지 동물에 대한 사랑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존중받는 사회를 향한 작은 발걸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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