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로스 증후군이 일어나는 뇌의 메커니즘에 관해

 

사람은 살아가며 다양한 형태의 상실을 경험한다. 그중에서도 반려동물을 잃는 경험은 단순한 ‘슬픔’ 그 이상이다. 반려동물은 많은 이들에게 가족이며, 일상과 정서를 함께 나눈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후 나타나는 펫로스 증후군은 감정적인 충격을 넘어서, 뇌 안에서 실제 생리학적 반응으로 나타나는 복합적인 증후군이다. 이 글에서는 펫로스 증후군이 뇌에서 어떻게 발생하며, 어떤 호르몬과 신경 회로가 작동하는지에 대해 뇌과학적 관점에서 설명하고자 한다. 단순히 감정적인 문제로 취급하기에는 이 증후군이 인간의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실질적이고 깊기 때문이다. 뇌가 상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반응하는지,

그 결과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이해하면, 펫로스 증후군의 고통을 더욱 과학적으로 받아들이고 회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뇌는 왜 반려동물의 죽음을 ‘생존 위협’으로 인식할까?

사람의 뇌는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단순한 사건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특히 오랜 시간 함께한 반려동물은 뇌 안에서 애착 객체(attachment figure)로 등록되기 때문에, 그 상실은 뇌가 위기 상황으로 인식할 만큼 심각한 영향을 준다. 먼저, 편도체(Amygdala)는 공포와 불안, 감정 반응을 담당하는 뇌 부위로, 반려동물과의 이별 상황에서 강하게 활성화된다. 이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증가시키며, 몸 전체에 긴장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이때 편도체는 논리보다 감정에 기반해 행동하게 만드는데, 그래서 펫로스 직후의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지거나, 불안에 사로잡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해마(Hippocampus)는 기억을 담당하며, 반려동물과 함께한 수많은 일상과 감정을 저장하고 있는 공간이다. 반려동물의 죽음이라는 단절은 해마에 저장된 긍정적인 기억 회로를 갑작스럽게 자극하여, 강한 회상 반응과 함께 눈물, 심장 두근거림, 식욕저하 등의 신체 반응을 유도한다. 무엇보다 뇌는 이 상실을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정체성의 일부가 사라진 것으로 받아들인다. 이것이 바로 펫로스 증후군이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뇌가 해석하는 심각한 위기 반응이라는 증거다.

 

도파민, 옥시토신, 세로토닌: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붕괴

반려동물을 키울 때 우리의 뇌에서는 도파민과 옥시토신이 활발하게 분비된다. 도파민은 기쁨과 보상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로, 반려동물과 놀거나 쓰다듬을 때, 뇌는 도파민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게 한다. 옥시토신은 유대감과 신뢰를 형성하며, 이는 인간과 반려동물 간의 정서적 결속을 강화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이 세상을 떠나면 이 ‘보상 회로’가 갑작스럽게 차단된다. 도파민 분비는 급격히 감소하고, 옥시토신도 더 이상 분비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 바로 무기력감, 무의욕, 감정의 평탄화(flat affect)이다. 이 증상은 우울증과 매우 유사하지만, 중요한 차이점은 **원인이 명확한 사건(이별)이라는 것이다. 또한 세로토닌(Serotonin)은 기분을 안정시켜주는 호르몬인데, 펫로스 직후에는 이 세로토닌의 농도도 급격히 떨어진다. 이에 따라 수면 장애, 식욕 저하, 집중력 저하 같은 우울 증상이 동반된다. 과학자들은 펫로스 증후군이 뇌 신경전달물질의 일시적인 불균형 상태라고 분석한다. 이는 곧 회복을 위한 생물학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요한 단서가 된다.

 

펫로스 증후군은 뇌가 다시 균형을 찾기까지의 ‘적응기’

펫로스 증후군은 뇌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과도기적 혼란 상태로 볼 수 있다. 즉, 이전까지 반려동물과 함께 형성되었던 정서 루틴이 갑자기 사라지며 뇌가 기존 회로를 상실하고, 새로운 루틴을 형성하기까지의 전환기인 셈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뇌의 신경 가소성(Neuro plasticity)이다. 신경 가소성은 뇌가 새로운 경험이나 반복 학습을 통해 시냅스를 재구성하는 능력이다. 즉, 상실 이후 뇌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새로운 회로를 만들기 시작한다. 반복적인 산책, 명상, 일기 쓰기, 미술치료, 상담 등을 통해 뇌는 점진적으로 새로운 감정 회로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지지는 회복에 결정적이다. 사람과의 공감, 공유된 경험,

따뜻한 위로는 옥시토신 분비를 유도하며, 뇌의 안정화를 돕는다. 뇌는 ‘공감’을 통해 새로운 감정 연결을 형성하고, 상실의 충격을 완화한다. 이 과정을 통해 뇌는 반려동물이 없어진 현실에 적응하며, 상실을 ‘기억 속 소중한 존재’로 전환한다. 이때의 회복 속도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중요한 것은 뇌가 절대로 멈춰 있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이지 않게 ‘치유’라는 이름의 신경 재구성을 진행하고 있는 셈이다.

 

펫로스 증후군은 뇌가 사랑을 기억하는 방식

펫로스 증후군은 단순히 마음이 아픈 정도의 슬픔이 아니다. 뇌는 사랑했던 존재와의 단절을 생존 위협으로 인식하며, 실질적인

신경 생리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도파민과 옥시토신의 급격한 감소, 세로토닌 불균형, 감정회로의 혼란은 뇌가 경험하는 혼란의

직접적인 증거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놀라울 만큼 회복력이 뛰어나다. 신경 가소성과 사회적 지지를 통해 뇌는 상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회로를 형성해 나간다. 결국 펫로스 증후군은 뇌가 새로운 삶에 적응해 가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한층 더 깊어진 감정과 성숙한 정서를 얻을 수 있다. 반려동물을 향한 그리움은 슬픔으로 끝나지 않고, 사랑의 기억으로 남아 우리의 뇌와 마음을

따뜻하게 지켜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