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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노년층에게 필요한 정서적 지원

79madam 2025. 7. 2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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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개

떠나보낸 이 작은 생명이, 내게 얼마나 큰 존재였는지 아시나요

오래된 일상에 익숙해진 존재가 있다. 아침이면 조용히 꼬리를 흔들며 내 기척을 반기고, 날씨 좋은 오후엔 함께 산책을 나섰던 작은 반려동물. 세상이 줄 수 없던 위로와 정적을 가만히 메워주던 그 존재는 어느 날 조용히 눈을 감는다. 노년의 삶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이 아니라, 삶의 중심축이자 정서적 버팀목이다. 그런데도 반려동물을 잃은 어르신들의 고통은 주변으로부터 ‘지나치다’,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듣기 쉽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노년층이 겪는 펫로스 증후군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정체성과 삶의 의미 자체를 흔드는 깊은 상실감이라는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노년층의 펫로스 증후군이 어떤 방식으로 감정과 삶을 무너뜨리는지, 그리고 그들을 위해 사회가 어떤 정서적 지원을 마련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한 생명을 떠나보낸 자리에는 공허함이 남는다. 그 공허함을 함께 마주하고 손을 잡아주는 사회가 필요하다.

 

‘삶의 마지막 기둥’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노년층이 겪는 펫로스 증후군의 상실감

나이가 들수록 사람은 점점 많은 것들을 잃게 된다. 건강, 친구, 일, 자존감... 그리고 그중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정서적 유대의 단절이다. 많은 노년층은 외로움을 말하지 않지만, 그것은 분명히 존재한다. 자녀는 성장해 멀어지고, 배우자는 먼저 떠난 경우도 많다. 그런 가운데 반려동물은 말없이 곁을 지키는 ‘마지막 가족’이 된다. 그러므로 반려동물의 죽음은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노년층에게는 삶 전체의 의미를 흔드는 경험이 된다. 매일 함께했던 일상은 갑자기 멈추고, 말없이 바라보던 눈빛, 손끝에 닿던 체온이 사라졌다는 현실은 그들을 깊은 공허감 속으로 밀어 넣는다. 게다가 노년층은 그 상실의 슬픔을 쉽게 말하지 못한다. "나이 먹고 개 하나 죽은 게 뭐 그리 슬프냐?"는 말을 들을까 봐, 그 감정을 숨기고 살아간다. 그러나 그 슬픔은 현실이며, 펫로스 증후군은 노년층에게 더욱 위협적이다. 왜냐하면 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망이 이미 너무도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노년층의 펫로스 증후군은 우울증과 생의 의욕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펫로스 증후군은 단순한 감정의 슬픔을 넘어서, 신체적·정신적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노년층은 이미 생리적 회복 탄력성이 떨어져 있고, 정서적 자극에 대한 대응이 느린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의 죽음 이후 무기력감이 극심해지고, 식욕 저하, 수면 장애, 기억력 저하까지 동반되며, 경우에 따라 노인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생의 무의미함과 죄책감을 느끼는 어르신들도 많다. “내가 제대로 돌보지 못한 탓 아닐까”, “마지막을 더 따뜻하게 해줬어야 했는데...”  이러한 죄책감은 노년기 정체성 상실과 연결되어, 심한 경우 자살 사고로 발전하기도 한다. 특히 고독한 노인의 경우, 이 감정의 고리는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사회적 지원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펫로스 전문 상담사는 대부분 청장년을 대상으로 하며, 노년층을 위한 프로그램은 사실상 전무하다. 가족조차도 "인제 그만 잊으시라"고 말한다. 그러나 정서적 상실은 나이와 관계없이 존중받아야 할 감정이며, 나이가 들수록 그 고통은 오히려 더 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펫로스 증후군 - 노년층에게 필요한 정서적 지원은 ‘공감’과 ‘존중’

노년층이 펫로스 증후군에서 회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다. 그들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보고 싶다", "미안하다", "허전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한 채 감정을 억누르게 되면, 감정은 곧 병이 된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들은 어르신의 말을 ‘인정’해 주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또한 지역 사회 차원에서 노년층 대상 펫로스 치유 모임이나 소규모

추모 워크숍, 그룹 상담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미술치료, 사진 정리, 편지 쓰기 등은 감정 표현이 서툰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이런 활동은 감정을 정리하고 ‘삶을 마무리 짓는 방식’으로 펫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회고하는 도구가 된다.

사회복지 기관, 시니어 센터, 보건소, 요양병원 등도 이 역할을 분담할 수 있다. 장례 절차 이후 어르신의 심리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펫로스 관련 상담 정보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정서적 보호 장치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 내 슬픔을 이해하고 있다’는 감정이다. 이 감정은 신경전달물질인 옥시토신 분비를 증가시키며, 실제로 신체적 안정감과 회복력에 큰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감정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회복할 수 있다. 정서적 지원은 약이 아니라, 함께 울어주는 손이다.

 

나이 든 이의 슬픔에도, 우리는 귀 기울여야 한다

펫로스 증후군은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노년층이 겪는 이 상실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삶의 일부가 통째로 무너지는 경험이다. 그들의 하루는 더 이상 반려동물의 눈빛과 발소리로 채워지지 않고, 오랜 기억과 함께 깊은 침묵만이 남는다. 우리는 그 침묵을 ‘늙어서 예민한 탓’이라 말하지 말아야 한다. 오히려 나이가 들어서 겪는 슬픔이야말로 더 깊고 오래 남는다. 그리고 그 슬픔을 함께 안아주는 손이 있다면, 노년의 삶은 여전히 따뜻할 수 있다. 가족, 이웃, 사회는 이제 나이 든 이들의 감정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들이 잃은 것은 단지 ‘반려동물’이 아니라, 함께 울고 웃던 인생의 한 조각이었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정서적 지원은 거창한 제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은 한 마디 따뜻한 말, 한 번의 경청, 한 줄의 기억에서 시작된다. 슬픔을 말할 수 있는 사회, 그 슬픔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문화. 그것이 펫로스 증후군을 겪는 노년층에게 우리가 줄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위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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