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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증후군 후 다시 반려동물을 입양한 이야기

79madam 2025. 8. 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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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이 반려견과 입맞춤을 나누고 있다

펫로스 증후군! 다시 사랑하는 것이 두려웠던 나에게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단지 한 생명을 떠나보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하루하루를 함께한 존재를 잃는 것이며, 무언가를 사랑했던 내 마음의 일부를 잃는 일이기도 하다. 이별 후 찾아오는 펫로스 증후군(Pet Loss Syndrome)은 단순한 슬픔을 넘어선

깊고 복합적인 감정의 파동이다. 우울, 무기력, 자책감, 심지어 삶의 방향 상실까지도 경험하게 만든다.

많은 보호자가 이 감정을 겪으며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하고는 한다. 그 감정은 일종의 자기보호본능이다.
한 번 더 그런 고통을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 다시 누군가를 잃을까 두렵다는 본능적인 감정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조심스럽게 또 다른 생명을 마주하고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게 된 사람들도 있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펫로스 증후군을 겪은 한 보호자가 슬픔의 시간을 지나 다시 반려동물을 입양하고, 그로 인해

자기 삶과 감정을 회복해가는 과정의 이야기다.

 

 

펫로스 증후군을 견딘 시간 - 13년을 함께한 가족과의 마지막 이별

인터뷰이: 이지연(가명) / 42세 / 반려견 보호자

이지연 씨는 13년 동안 함께한 몰티즈 '몽실이'를 노환으로 떠나보낸 지 2년이 지난 지금,
다시 한 마리의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새 반려동물을 입양하기까지는
감정적 저항과 심리적 공허함이 맞물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몽실이를 떠나보낸 날, 저는 그냥 멈췄어요.
그날 이후로 하루가 너무 길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 애가 없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지연 씨는 6개월 가까이 일상생활에 집중하지 못했고, 집에 돌아오면 자동으로 몽실이를 부르는 버릇이 남아 있었다고 한다.
사료 냄새만 맡아도 눈물이 났고, 산책하던 골목길을 돌아보지 못했다.

“가끔은 내가 몽실이한테 충분하지 못했던 것 같아 미안했어요.
아픈 걸 좀 더 빨리 알았더라면… 하는 자책감도 컸죠.”

이러한 감정들은 펫로스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 죄책감
  • 상실감
  • 애착의 붕괴
  • 감정 둔감 및 회피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건,
“이런 감정을 이야기할 사람이 없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또 키우면 되지’라고 쉽게 말해요.
그 말이 제일 아팠어요. 몽실이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거든요.”

 

 

펫로스 증후군 이후 새로운 입양, 새로운 사랑 치유는 ‘대체’가 아니라 ‘다름’으로 온다

시간이 조금씩 지나고, 지연 씨는 우연히 유기 동물 보호소 봉사활동을 접하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잠깐만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작고 겁이 많은 강아지 ‘초코’가
지연 씨의 마음에 들어왔다.

입양 후 첫날 밤, 지연 씨는 초코가 낯선 환경에 떨며 구석에 숨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몽실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도 그랬다는 기억이 겹쳐기 때문이다.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다.
사랑은 반복되는 게 아니라, 매번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라는 것을. 다른 이름, 다른 눈빛, 다른 성격이지만
그 안에 또 다른 관계의 가능성과 따뜻함이 자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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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입양을 결정하기까지는 내면의 갈등이 상당히 컸다.

  • ‘몽실이를 배신하는 것 아닐까?’
  • ‘초코에게도 언젠가 이별이 올 텐데 또 견딜 수 있을까?’
  • ‘내가 제대로 사랑할 준비가 되었을까?’

이러한 고민은 펫로스 증후군 이후 보호자들이 입양을 망설이는 주요 이유이기도 하다.
심리학적으로는 이 상태를 애도 회복기의 ‘회피-대체 갈등 단계’라고 부른다.

지연 씨는 결국 몽실이의 유품 일부를 간직한 채 초코를 정식으로 입양했다.

“몽실이는 대체될 수 없어요.
하지만 초코는 초코대로 저와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가요.
그 다름이 오히려 위로가 되더라고요.”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내가 온전해졌다는 신호

펫로스 증후군은 단순한 이별을 넘어 사랑을 잃은 마음이 다시 세상과 연결되기까지의 여정이다.

그 여정은 결코 직선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후회와 죄책감, 상실과 그리움, 그리고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이기까지의 수많은 내면의 파도를 지나야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했던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반려동물은 그 기억을 지우는 존재가 아니라, 그 기억을 품고 새로운 방향으로 감정을 확장해 주는 존재다.

펫로스 증후군을 겪은 후, 다시 입양을 결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1년, 어떤 이는 5년, 어떤 이는 다시는 키우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 선택이 사랑의 부정이 아니라, 사랑의 방식이 바뀌는 것임을 아는 것이다.

마음을 잃었다가, 다시 마음을 내어주는 일. 그 용기 있는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회복의 시작이 된다.

그리고 다시 품은 생명은 나의 아픔을 보듬고, 내가 누구였는지를 기억하게 해주는 존재가 된다.
슬픔의 자리에 따뜻함이, 빈 공간의 자리에 움직임이 생기면서, 우리는 조금씩 ‘삶’으로 돌아온다.

결코 잊으려는 것이 아니다. 결코 대체하려는 것도 아니다. 사랑하는 방식이 깊어졌다는 증거,
그것이 바로 다시 입양을 선택한 사람들의 진심이다. 이 글이, 펫로스 증후군을 겪고 있는 누군가의 마음에
작은 위로와 회복의 가능성으로 닿기를 바란다. 당신의 사랑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그런 자신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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